새로운 교육이 시작된다.
김신엽 기자/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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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설된 융합인재학부가 첫 진입생을 맞는다. 융합인재학부는 이번 봄학기에 20학번 진입생 15명과 전과생 4명이 융합인재학부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본지는 융합인재학부의 본격적인 운영을 앞두고 정재승 학부장과 융합인재학부 운영 계획 및 비전에 대해 인터뷰했다.
융합인재학부의 전신인 융합기초학부 진입생이 없던 상황 가운데에서 학부장을 맡게 된 계기는
당시 융합기초학부의 비전과 학과 운영 계획은 기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또는 각 학과에서 추진하는 융합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신입생들의 냉정한 판단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평소 대학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융합기초학부의 재건이 이를 시도할 적절한 계기가 되리라고 판단하여 학부장 역할을 맡기로 했다.
‘융합’은 대학교육이 변화하며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학교육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대학이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융합인재학부의 설립 배경은
학과라는 전통적인 학문의 틀이나 관점, 지적 훈련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주제에 대해 통합적이며 총체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지성인, 전문가, 학자를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깊이 들어가지만 넓게 배우는, 분석하지만 융합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과과정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독서와 토론을 강조하고, 우리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수업을 자신의 비전에 맞춰 골라 들으며, 융합 연구의 어벤져스 교수로부터 학부 때부터 맞춤형 지도를 받도록 했다.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닌, 실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리더를 키우는 것이 우리 학교의 미래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타과 전공 교과목을 전공선택으로 인정받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융합인재학부 학생들은 개인의 진로 설계에 따라 타과 전공 교과목을 수강하고, 학부 교과과정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이를 전공선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공 수업 수강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하여 학생이 고민하면서 전공을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방식을 택했다. 본인이 뭘 배워야 할지 스스로 정하여 수업을 수강한 학생만이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과라는 틀에 갇혀 타과의 유익한 수업을 안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융합인재학부의 두 전공필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융합인재학부에는 ▲지성과 문명 강독 ▲기술을 통한 사회적 혁신 실험의 두 전공필수 수업이 있다. 지성과 문명 강독은 3학점짜리 수업으로, 학기마다 수강생들은 우주, 자연, 인간, 사회, 기술, 예술 중 한 분야에 대한 명저 17권을 읽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책에 관한 자신의 감상을 담은 2시간 분량의 영상을 올리거나, 원고지 50장 분량의 서평을 써야 한다. 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삶과 세상, 학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졸업을 위해서는 ‘지성과 문명 강독’을 세 학기(9학점) 수강하면 되지만, ‘책 100권 읽기’가 융합인재학부의 주요 과정 중 하나인 만큼 여섯 학기(18학점)를 수강하길 권장한다.
기술을 통한 사회적 혁신 실험은 4학점짜리 수업이다. 수강생들은 팀을 꾸려 본인이 설정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실현한다. 해당 수업은 창작을 통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프로젝트 기반형 학습(PBL)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목 역시 졸업을 위해서는 세 학기(12학점)만 수강하면 되지만, 학부 진입 후 3년 동안 꾸준히 24학점을 수강하는 것을 권장한다.
왜 두 과목을 전공필수로 지정했는지
융합인재학부 학생들은 스스로 정한 전공으로 학위를 하다 보니 각자 다른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두 전공필수 과목만은 학부 학생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협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일 뿐, 책이 던지는 지성사의 중요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고 친구들의 답을 비판적으로 경청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지적 훈련이라고 생각하여 ‘지성과 문명 강독’을 전공필수로 지정했다. 한편, 세상에 유익한 도움을 주기 위해 지식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학부 시절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기술을 통한 사회적 혁신 실험’을 전공필수로 지정했다.
전 교과목 S/U 학점 부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모든 제도에는 늘 악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는 더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전 교과목 S/U 학점 부여 때문에 수업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학생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타과 전공 수업을 들음에 있어 해당 학과의 전공생들과 경쟁하면서 겪는 성적 부담을 덜어주어 원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S/U 학점 부여가 대학원 진학 및 취업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잘 인지하고 있다. 이러한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논문이나 발명 등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것이 성적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 진입생들은 성적도 우수하고 열의에 가득 찬 학생들이어서 기대가 크다.
개인 멘토 교수는 어떻게 배정되며 역할은 무엇인가
이번 학기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원하는 개인 멘토 교수를 배정받았다. 다만 점점 학생이 늘어나 한 교수에게 여러 학생이 몰리게 되면 배정에 있어 교수의 의견도 반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은 개인 멘토 교수와 수강 신청할 과목을 상의하고, 개인 멘토 교수는 학생에게 연구 경험을 제공한다. 그 외에 교환학생 지도, 인턴십 소개, 진로 지도, 해외 유학 추천서 등 다양한 도움을 학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융합인재학부를 선택할 수 있는지
융합인재학부를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융합인재학부는 분야나 학과 중심의 융합인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학부이다. 이런 학부를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융합인재학부 진입생들은 지난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냈나
개인 멘토 교수를 선정하고, ‘지성과 문명 강독’ 수업에서 다룰 책을 미리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방학에 캠퍼스 밖에서 학습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예정이다.
융합인재학부 학생은 졸업장에 개인별 전공 분야를 표기할 수 있다는데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정한 만큼, 그것을 졸업장에 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 개발, 스마트 도시를 위한 테크놀로지, 뇌-기계 인터페이스,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을 적용한 사회학 등 매력적인 전공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위해 적절한 수업을 듣는 과정이 대학 생활의 큰 즐거움이 되길 기대한다.
융합인재학부 진입 및 전과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우리 학교의 모든 학과에는 융합 연구를 하기 위한 적절한 제도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두 학과나 전공을 융합하고 경계의 문제를 풀기에 적합한 인재들은 그곳에서 학문적 훈련을 받으면 좋겠다. 다만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는 점점 분야 간 융합을 넘어 그 자체로 매우 복합적인 학문 주제가 많고, 이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통합적인 사고를 학습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학생들이 융합인재학부에 왔으면 좋겠다. 책 읽기와 토론을 통해 ‘넓고 깊게 보는 학문적·사회적 리더’를 키우는 것이 융합인재학부의 가장 중요한 인재상이다.
출처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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