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이 시작된다.
김백호, 김유환 학생 인터뷰
KAIST 20학번 융합인재학부 김백호(좌), 김유환(우)
* 과학기술인 경력개발지원플랫폼 "K-클럽" 커리어Up 기자단 활동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K-클럽 홈페이지: https://k-club.kir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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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시작한 K-클럽 기자단 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달에는 "융합인재의 경력개발"이라는 주제를 기획하여 KAIST 융합인재학부 정재승 학부장님과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사실 기사의 기획부터 취재까지 큰 도움을 준 학부생 친구들이 더 있었으니, 바로 융합인재학부 20학번 김백호, 김유환 군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글에서는 융합인재학부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두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다뤄보았다. 본 인터뷰는 아쉽게도 분량 문제 때문에 기사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융합인재학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기대하며, K-클럽 기자단 활동과 별개로 그 내용을 공유한다.
Q1. 융합인재학부를 선택한 이유는?
백호) 고등학교 때부터 응용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또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여,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사람의 '감정'을 객관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원래는 수리과학과에 진학하여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아보려 했는데, 신입생 학과설명회에서 융합인재학부에 대해 알게 된 후 '이곳에서라면 학부부터 나의 꿈에 더 직접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유환) 내가 관심 있는 연구 주제는 '사회신경과학'인데, 사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바이오및뇌공학과 등 다른 학과에서도 가능하다. 융합인재학부만의 자유로운 교육 시스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최재천 교수의 『다윈 지능』 등의 책을 읽어보면, 어떤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대학 생활을 꿈꿨는데, 융합인재학부가 그런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었다.
Q2. 희망 연구 주제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지?
유환) 1학년 여름방학 때 실존주의 철학을 잠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때 니체 같은 철학자들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들이 주장했던 바와 삶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회신경과학은 인지과학의 한 갈래로, 사회적 행동의 동기를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사회신경과학을 공부하여 인간을 더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지혜를 삶에 적용하고 싶다.
백호) 아직은 '희로애락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 유발되는 과정이나 감정의 표현 정도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라는 문제 설정에 그친 상태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더 공학적인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인지 과학, 기계 학습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공부하면서 로드맵을 그려나가야 할 것 같다.
Q3. 벌써 구체적으로 꿈을 설계하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른 융합인재학부 친구들도 모두 저마다의 연구 방향성을 설정해놓은 상태인가?
백호)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나부터가 헤매는 중이다. 그래도 멘토 교수님이 로드맵을 설계하는데 계속 도움을 주신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재직 중인 교수님께 지도를 받고 있는데, 다음 학기 수강 신청 과목에 대해서도 상의를 드릴 예정이다. 융합인재학부는 어떤 과목을 신청하더라도 S/U로 성적을 받기 때문에 학점에 대한 부담은 적은 것 같다. 대신 이수 과목 목록만 보더라도 나의 관심사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더 고민하고 있다.
유환) 꼭 융합연구에 대한 확고한 진로 설정을 한 사람들만 융합인재학부에 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융합인재학부의 교육 시스템은 값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필수 수강 과목인 "지성과 문명 강독" 수업을 통해 인간 · 사회 · 생물 · 우주 · 공학 ·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엄선된 책을 읽으면서 연구 주제를 탐색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Q4. "지성과 문명 강독" 강의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기를 바란다.
유환) 다양한 주제의 입문서를 읽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수업이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셔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전에는 놀이 또는 휴식처럼 느껴졌던 책 읽기가 다소 숙제처럼 인식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혼자서라면 읽지 않았을 책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백호) 400쪽 내외 분량의 책을 매주 읽으며 서평을 쓰는 활동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강의 취지에 공감하여 열심히 임하고 있다. 이 과목으로 인해 '융합인재학부는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인재를 기르는 학과'라는 오해도 가끔 생기는 것 같다. 실제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친구들도 있지만, 융합인재학부가 말하는 '융합'의 의미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구분 없이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목 역시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을 전반적으로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인간과 사회, 예술에 대한 책을 읽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문학 도서를 읽고 있다.
Q5. 다른 필수 수강 과목으로는 "기술을 통한 사회적 혁신 실험"도 있다고 들었다.
유환) 융합인재학부가 내세우는 교육 철학 중 하나가 '만들면서 배우기 (PBL: Project-based learning)' 이다. 올해 이 수업의 목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인데, 교수님께서는 이것을 단순한 과제로 생각하지 말고 어디서든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커리어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하라고 말씀하셨다.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은 이 과목을 통해 창업 아이템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백호) 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한편으로는 1년 프로젝트 산출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그것이 습관이든 기술이든, 평생 쓸 도구를 만들기를 바란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Q6. 듣다 보니 융합인재학부가 참 매력적인 학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새롭게 만들어진 학부에 진학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텐데?
백호) 전 교과목 S/U 학점 부여 제도가 졸업 이후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통 지원서에 자기소개서도 포함되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기소개서에서 잘 어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다가 결국 어떤 부분에서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지도교수님께서 "어차피 대학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 학부 수준의 공부만으로는 이도 저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를 다니는 동안 다양하게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큰 용기가 됐다.
유환)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은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어느 학과를 선택하더라도 결국 그곳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융합인재학부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원 진학 또는 창업으로 진로를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학부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보다는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백호, 김유환 군은 융합인재학부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자신감에서 나는 정재승 학부장님 인터뷰 중 엿본 자부심과 애정의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융합인재학부는 자유로운 철학과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결국 융합인재학부의 성패는 그것을 이루는 사람들에 달렸다. 내가 만나본 융합인재학부의 학생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 있게 도전하는 준비된 인재들이었다. 융합인재학부의 이름 아래 뛰어난 교수들과 훌륭한 학생들이 모였다. 그들의 열정이 사회에 불러올 새로운 변혁을 상상해본다.
구인용 K-클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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