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뿌듯합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우리 사회에서 큰일을 할 학생들이 저희 학부 출신들이 많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의 학부장인 정재승 교수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융합인재학부는 대체불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무한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카이스트 2024년 학위수여식이 16일 열렸다. 박사 756명 포함해서 3,014명이 학위를 받았다. 이 중 첫 번째 졸업생을 내는 학부도 있다. 융합인재학부이다. 카이스트 학부는 1학년 때는 학과를 정하지 않고, 2학년에 올라갈 때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획기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더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융합인재학부’이다.
융합인재학부는 아예 전공과목 자체가 없다. 학생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전공도 스스로 정하는 파격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 2명이 2024 학위수여식에서 처음 나왔다. 1호 졸업생인 고경빈(24)씨는 '화학생물학'을, 김백호(23)씨는 '정서과학'(affective science)을 중점 분야로 전공해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는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된 전공 명칭이다.
정 교수는 “융합인재학부가 기존의 다른 학교는 물론이고, 저희 카이스트 내 다른 학과와도 교육 철학이나 제도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첫 번째 가장 큰 특징은 4년 내내 성적을 안 매기는 것이다. 모든 수업에 성적표가 표기되지 않고 P/NR로 표기한다. 통과했거나(P), 기록이 없다(No Record)만을 기록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학생의 전공을 학생 스스로 설계해서 구성한다는 점이다. 카이스트에 개설된 모든 과목 중,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들어보고 필요한 공부를 골라서 스스로 커리큘럼을 짠다.
세 번째 특징은 졸업 때까지 100권의 책을 읽는다는 점이다. 한 학기 16주에 17권씩 6학기 동안 100권을 고른다. 정 교수는 “책은 교수가 지정해준다”고 말했다.
네 번째 특징은 ‘기술을 통한 사회 혁신 솔루션 실험’이라는 수업이다. 실제 사회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솔류션을 매년 1개씩 만들어 내야한다. 2학년때는 개인의 문제, 3학년 때는 우리 사회의 문제, 4학년 때는 글로벌한 지구 인류의 문제를 다룬다.
정 교수는 “이런 커리큘럼을 통해서 미래의 대학교육을 지금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에 만들어 놓은 학과라는 벽이 갈수록 무의미하기 때문에, 학과를 넘어서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존 시스템과는 달리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100권의 책을 읽도록 한 것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면서 전문성을 길러줄 기초소양을 기르면서, 지식의 지형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이같이 다양한 모색과 실험 및 무엇인가 만들어내다 보면, 여러 가지 전공분야의 시험성적이 좋게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성적이라는 숫자 하나로 자기의 대학 생활을 평가받으면 안 좋으니까, 자유롭게 여러 전공분야 수업을 편하게 들으라고 성적을 아예 안 매긴다”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즐길 수도 없을 것 같다. 성적표는 ‘성적’이 기록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부 과정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학점 이외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공모전에도 출품하고, 특허를 내거나 기술이전을 한다. 무엇을 했다는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정 교수는 “두 번째 특징으로 학생들이 항상 책을 끼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교수가 지정하는 100권의 책이 500쪽이 넘고, 전문적이면서도 기초적인 내용이어서 소화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 중 한 명인 김백호 씨는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대학원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정 교수는 “다른 학과에서는 배출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부의 목표를 잘 달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재율 과학전문기자 kosinova@oknews.news
* 출처: [OK도전] 대체불가 융합인재, 우리가 양성하지요, OK NEWS, 2024년 2월 16일, https://www.oknews.news/news/articleView.html?idxno=1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