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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뉴스] (OK도전)커리큘럼도, 연구주제도 학생이 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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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24.02.20

[OK도전] 커리큘럼도, 연구주제도 학생이 정했다고?
2024.02.16. 18:00

 

ㆍ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 첫 졸업생
ㆍ언어계수기 ‘링고미터’ 발명한 김백호

융합인재학부 첫 졸업생인 김백호 씨. 사진=심재율 기자 
융합인재학부 첫 졸업생인 김백호 씨. 사진=심재율 기자 

 

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인 김백호(23)씨는 “나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를 4년 동안 탐구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김백호는 16일 열린 카이스트 2024 학위수여식에서 ‘정서과학’으로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김 씨는 4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언어계수기인 링고미터(lingometer)를 개발해서 시제품을 만들고 관련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링고미터는 어떤 사람의 목소리만 구분해서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를 측정하는 기구이다. 만보기가 하루에 몇 번 걷는지를 측정해서 신체적인 건강을 모니터링 하듯이, 링고 미터는 말하는 숫자를 통해 정서를 측정하는 아이디어이다.

말이 많아지거나, 줄어들거나, 말투가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현상 또는 목소리의 급격한 변화는 그 사람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현상이다.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15일 대전 카이스트 본원에서 만난 김씨는 노랗게 머리에 염색을 하고 나타났다.

융합인재학부는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하지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자기 모색하는 시간이 길고 방법이 다양하다. 커리큘럼을 개인 맞춤형으로 학생마다 각각 다르게 짠다. 물론 전공분야도 자기가 스스로 정한다.

코로나 여파로 원격수업을 들었던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에 김 씨는 학과 설명회를 쫓아다녔다.

융합인재학부가 제시하는 비전이 그와 잘 맞았다. ‘카이스트까지 와서 줄 세우기 식의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라든가 ‘책을 읽고 실제로 무엇인가 만드는 일에 집중해보자’는 설득에 끌렸다. ‘지금의 학과들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에 집중해보자’는 설명도 좋았다.

추상적인 것을 객관화하는데 관심을 가졌다가, 감정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선택한 그는 수리과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수학 이외에 뇌과학, 컴퓨터과학, 심리학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정서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김 씨는 4,5가지 방향으로 공부했다. 추상적 가치를 정량화하는데 필요한 수학, 수학을 다루는 컴퓨터 공학 지식이다.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은 생물학, 뇌과학분야이고,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적 통찰이다.

이후 김 씨는 바이오및뇌공학과, 뇌인지과학과, 문화기술대학원,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수리과학과를 넘나들며 수업을 들었다.

 

 

2024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장 입구의 김백호. 사진=심재율 기자 
2024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장 입구의 김백호. 사진=심재율 기자 

 

융합인재학부의 학생은 2학년 때 선택한 10여 명에 중간에 전과해서 옮겨온 학생을 포함해서 20명 정도이다. 이 중 휴학하고 교환학생으로 가거나 회사에 인턴활동을 하고, 복수전공이나 입대 등으로 졸업이 늦어지기는 했어도 전과하거나, 자퇴한 동급생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감정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하는 정서과학을 공부하기로 한 김 씨는 카이스트 내부는 물론,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 교수 20여명에게 접촉을 시도해서 10명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 중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 연구실에 6개월 동안 인턴 학생으로 동참했다.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활동은 부족했지만,

융합인재학부는 매년 1개씩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솔류션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2학년 때는 개인 체중이나 식단을 관리하는 어플을 제작하고, 3학년 때는 링고미터를 만들었고, 4학년에는 웹페이지를 노약자와 장애인이 볼 수 있는 웹페이지 제작 방안을 연구했다.

한 학기에 12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책읽기와 사회혁신 솔류션 개발을 합치면 7학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카인드(Humankind)로, 인간의 본성을 따듯한 시선으로 설명한다.

책읽기는 융합인재학부만의 전공 필수인 ‘지성과 문명 강독’ 과목으로 분류된다. 인간·사회·우주·생명·예술·기술을 주제로 다루는 지정 도서를 매주 한 권씩 읽고 토론과 서평을 병행하는 수업이다. 학기마다 개설되는 이 수업을 모두 이수하면 졸업 무렵엔 100권의 책을 읽게 된다.

학문적 성취와는 달리, 100권의 도서는 그에게 또 다른 재산을 남겼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내용을 요약해서 컴퓨터에 차곡차곡 쟁여놓았다.

대학원에 가서는 ‘감정 분화’(emotion differenciation)와 감정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전달되고 공감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그런데 감정이나 정서를 과연 인간이 과학으로 얼마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 그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다 밝힐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밑에까지 내려가면 어떤 것이 참이고, 이런 것은 참이 아니다는 점이 밝혀지겠지만, 어떤 부분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지능이 동물을 분별할 때 개일 확률이 80%이고 고양이일 확률은 20%이지만,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분별에 실패할 확률이 몇 %는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심재율 과학전문기자 kosinova@oknews.news

 

* 출처: [OK도전] 커리큘럼도, 연구주제도 학생이 정했다고?, OK NEWS, 2024년 2월 16일, https://www.oknews.news/news/articleView.html?idxno=1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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